가축방역에 있어 FMD, 돼지열병 등 국가 간 교역을 가로막는 악성가축전염병에 대한 방역도 중요하지만 개방화 시대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돈농가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상재성 질병에 대한 방역 또한 긴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소모성질환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양돈산업에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돼지소모성질환인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써코바이러스병(PCVD)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 돼지소모성질환으로 인한 손실 천문학적
단일 가축질병으로 양돈산업에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질병은 PRRS다.
양돈전문수의사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PRRS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5억 6000만달러, 캐나다의 경우 약 1억 캐나다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약 1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RRS로 인한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PRRS는 돼지써코바이러스병이나 돼지호흡기복합병과 같은 다른 질병의 발생과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직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PRRS의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PRRS는 미래의 잠재적 위협요인이기 때문에 시급한 청정화가 요구되고 있다.
박최규 경북대 수의과대 교수는 “중국 등지에서 기존의 PRRS보다 병원성이 강한 ‘고병원성 PRRS’가 발생해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변이가 심한 PRRS바이러스 특성상 PRRS가 상재해 있는 지역에서는 언제든지 치명적인 변종 PRRS 바이러스가 나타나 양돈산업을 위기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돼지써코바이러스병은 전신성소모성질병증후군(PMWS)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체 바이러스로 돼지가 젖을 뗀 후 폐사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병원체 가운데 하나다. 감염 시 사료를 섭취해도 살이 안찌고 말라가다가 폐사해 양돈농가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돼지써코바이러스병은 면역을 억제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이 병이 제어되지 않는 돼지에서는 다른 백신에 대한 면역도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2차 피해를 유발 한다”고 설명했다.
# 개별농장 단위 차단방역 중요성 높여야
밀집사육과 열악한 축산환경은 가축의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차단방역의 범주를 농장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로 구분할 때 내적 요소는 출입자 기록 관리, 울타리 설치, 철저한 소독과 예방접종, 세심한 환돈 관리 등 기본적인 차단방역 프로그램을 유지,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대한한돈협회에서 발표한 2013년도 전국 양돈장 질병 실태조사(이하 양돈질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장의 차단방역 수준을 조사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방문객에 대해 일정기간 농장 출입을 통제하는 농가는 48.6%에 불과했다. 이는 양돈장 두 곳 중 한 곳이 출입자 통제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하대 수세 및 소독을 실시하지 않는 양돈장도 절반에 가까웠고, 직원에 대한 차단방역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는 양돈장도 23.2%에 달했다.
외부 방문객의 돈사 내부 출입 시 방역복·장화 착용, 소독 등의 차단방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양돈장도 9.5%로 나타나 양돈장의 차단방역 의식 미흡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개별 농장 단위에서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농장에서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가 우선돼야한다는 주문이다.
# 지리적 위험성, 대안은 축산시설 환경개선
양돈질병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경 100미터 이내에 축산농가가 있다고 응답한 양돈장이 32.8%, 반경 3킬로미터 이내에는 55.6%를 차지해 대다수의 양돈장이 지리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리적 한계는 지난 2010년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FMD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지만 개별 농장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주차시설·출하대·지대사료 반입창고의 농장 외부 설치, 농장의 경계를 구분하는 울타리와 돈사 방조망 설치, 후보돈 격리 순치를 위한 별도 돈사를 신축하는 등의 축산시설에 대한 환경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 혈액 검사·백신 접종 지원사업 확대 필요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돼지소모성질환 발생 최소화를 위해서는 질병 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와 면역력 증진을 위한 백신 접종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소규모 농가들의 경우 다양한 질병에 대한 혈액검사와 백신접종 비용이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 재정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혈액 검사와 백신 접종은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돼지소모성질환 백신의 접종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농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단위컨트롤 개념 대안으로 부상
돼지소모성질환 극복 대안으로 일정지역을 한데 묶어 관리하는 공동방역 체계인 지역단위컨트롤(ARC)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PRRS의 경우 ARC 개념이 선진 양돈국가에서부터 보편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적용돼 질병 극복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승윤 한별팜텍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이 양돈장이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는 개별 농장이 PRRS 박멸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지역 확산에 의한 위험성이 항상 상존하기 때문에 지역단위컨트롤 개념으로 질병을 제어해야 한다”면서 “PRRS가 양돈산업에 미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고려할 때 지역단위 제어 프로그램은 PRRS 바이러스를 제어하는데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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