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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돼지 값과 민심(民心)
김오환 / <발행인겸 편집국장>
아직도 한돈 가격 비싸다는 인식
현실 알리면서 소비 홍보 지속을
민심(民心). 백성의 마음을 말한다. 백성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고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다. 해서 민심을 천심(天心)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자 맹자 등 성인들은 그 무엇보다 민심을 중시하고 숭상했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다. 특히 맹자는 민심은 배를 엎을 수 있다고 역성혁명을 주장하고 당연시했다. 이는 오늘날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민심은 정치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문화적 경제적인 측면까지 영향을 미친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하나의 트랜드(유행)를 조성할 수 없다. 민심이 외면하면 출시된 상품은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홍보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민심은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어느 성인의 표현처럼 바람이 불기 전에 풀처럼 먼저 드러눕고, 바람이 지나가면 가장 먼저 일어서는 게 민심이다. 이처럼 민심은 무상(無常)하다. 이해득실에 따라 착하게 되고 악하게 된다.
돼지 값과 돼지고기 소비를 말하기 위해 이렇게 길게 돌아왔다. 최근 돼지 값이 6천원대(지육 kg당 기준)에서 5천원 초반으로 5천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당황스럽고 당혹스럽다. 하반기 돼지 값 하락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라서다. 여름철 휴가가 끝나고 광복절을 지나면서 약세를 형성하다 추석 이후 빠질 줄 알았는데 그 시기가 두달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 같은 요인은 많지만 필자는 ‘민심’을 이유로 꼽는다. 케네디 대통령 아버지는 주식 투자자였던가 보다. 구두 닦으려다 구두닦이가 주식을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증권회사에 가서 주식을 다 팔았다 한다. 이 일화(逸話)는 모든 국민이 정보(情報)를 알 때, 그 시점은 정점이 아니라 하락세를 탄 시기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돼지 값 역시 그런 맥락에서 분석, 접근했다. 가정을 꾸리는 백성들은 올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 돼지 값이 좋다,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ED는 모르고 있었지만 ‘질병’에 걸려서 많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가격이 비싼 이유를 알았고, 비싸서 먹기 힘들어 했다. 양돈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일반적인 소비자는 어때했을까. 민심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차츰 멀어져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부터 돈가는 하락세를 잉태하고 있었다. 그것이 수입 돈육 급증, 방학,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돈가 하락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돼지 값 안정과 회복을 위해서는 민심을 얻는 길밖에 없다. 돼지 값이 하락한 만큼 부분육 가격 인하를 가공업계에 강력 요청, 이를 알리고 자조금을 통해 한돈 소비 홍보를 지속적으로 전개했으면 한다. 그래야 ‘가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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