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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PED 백신 효능 명백히 밝혀라
김오환 / <발행인겸 편집국장>
검역본부 발표에 농가 강력 반발
질병에 관한 한 ‘중간 지대’ 없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PED(설사병) 백신 효능과 관련, ‘폐사’ 방어 효능은 80%에 이르고 ‘설사 이환율’ 방어 효능은 낮은 것으로 발표했다. 다시 말해 백신이 ‘폐사’의 효능은 인정하나 ‘설사’에 대한 효능은 ‘확고하게’ 인정하긴 그렇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검역본부는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유행하는 PED를 예방하는 백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에 필자는 ‘설사’와 ‘폐사’의 정의에 대해 사전을 찾았다. 설사(泄瀉)는 물 흐르듯 틈이나 구멍사이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항문에서 똥이 쉬지 않고 자주 나오는 사태를 설사라고 부른다. 폐사(斃死)는 넘어지면서 죽는 것, 괴질이나 급성 질병 또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것이다. 질병에 대해 속수무책인 경우다.
일반적으로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식욕이 사라진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설사가 시작되면 그렇다. 하물며 돼지, 그것도 막 태어난 돼지가 설사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제대로 젖도 빨지 못하지, 대용유도 먹지 않지, 다른 자돈에게 치이지, 설사는 멈추지 않지. 그래도 생명체라 물 한 모금, 사료 한 수저를 입에 넣는다. 그걸 용케 극복한 새끼 돼지는 살아남는다. 문제는 살아남은 자돈이 잘 성장하면 괜찮은데, 동배(同胚)에서 태어난 친구보다 성장이 더디거나 비실비실하면 농장주가 출하할 때까지 끌고 가느냐다. 농장주 십중팔구는 생산성이 낮은데다 사료비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도태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농장주는 설사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검역본부에게 묻고 싶다. 검역본부는 우리나라에서 가축 질병과, 질병에 따른 예방과 치료에 관한한 최고 기관이다. 검역본부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가축의 생명과 양축가의 수익이 달려있기 때문에 질병에 관한한 중간지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PED 백신처럼 ‘폐사’는 예방되는데 ‘설사’ 효능은 낮다고 어정쩡하게 발표하면 양돈농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까. 우려스럽고 한편으로 부끄럽다. 그것도 정부의 가축질병 검사 최고 기관이 말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결과 발표는 정확하고 명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미사여구나 정치적, 외교적 표현이나 수사(修辭)는 안 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은 혼선만 불러일으킨다. 자칫 잘못하면 그것은 수용자를 오도(誤導)하고 오류(誤謬)케 하여 오판(誤判)토록 한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수용자의 사업을 망칠 수 있다.
PED 백신 효능과 관련한 한돈협회 회의에서 양돈농가는 이런 요지로 말했다. “PED 백신이 폐사 방어용이 아니라 설사 방어용이기 때문에 검역본부의 발표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 양돈수의사회도 성명을 발표했다. “검역본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제 검역본부가 답할 차례다.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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