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산업의 지속가능 여부는 생산성에 있다. 우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성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ICT 융복합을 도입하고, 가축 전염병 청정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결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김건호 애농원 대표(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창회장)는 국내 양돈산업이 지속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다양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양돈산업은 지난 상반기 높은 돼지가격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 돼지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생산성이 좋지 않은 농장은 버티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 FMD 재발 우려와 물백신 논란을 떨쳐 버리지 못한 상황에서 올겨울 PED 유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양돈장 생산성에 치명타가 될수 있는 일이다. 또 지속적인 양돈산업 발전을 위한 ICT 융복합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도입은 양돈장 간의 생산성 격차를 더욱 극명하게 할 것이다. 이 같은 우리 양돈 산업 내·외부 변화에 대해 김건호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김 대표는 국내 양돈산업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질병을 지목한다. 올 겨울 FMD 재발 우려에 PED까지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화 된다면 많은 양돈장들이 올겨울을 혹독하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PED, FMD 등의 질병은 주로 추운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추위가 오기 전에 병원체의 뿌리를 뽑아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차단방역 시스템 확립과 이에 대한 성실한 실천만이 양돈장이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질병은 가축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축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며 “지난 FMD 발생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철저한 차단방역시스템을 확립하고 양돈농가들의 방역의식 강화와 효과적인 방역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권역별 방역체계 시스템을 제안했다. “일시이동중지(Stand still)는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 최소 2주 이상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일시이동중지 명령 전에는 반드시 예고를 통해 농가들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에 대한 질병 검사도 실시해야 한다. 도체 검사시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연중 3회 이상은 도체 위생 검사를 위한 채혈 등을 체계화할 경우 자신의 양돈장 질병 발생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은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 상생을 위한 소통과 화합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물백신 논란에 대해 “FMD 백신과 관련해 이제는 싸우기 보다는 서로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 FMD 발생 당시 정부가 관련 정보를 빨리 공개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털어버리고 다툼을 없애야 할 때다”라고 조언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국내 양돈장들의 생산성 하락 현상에 대해서는 “전국에 노산 모돈수가 증가했다. 많은 양돈장들이 2011년 FMD 발생 이후 2012년에 새롭게 모돈을 입식했다. 이후 후보돈 갱신이 이뤄지지 못한 양돈장이 많은데, 현시점에서 생산성이 낮은 양돈장은 이 후유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산 모돈들은 사료를 많이 먹는데 반해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다. 일부 농장은 올해 돼지가격이 좋은 기간에도 질병 등으로 인해 출하할 돼지가 없다고 호소한다. 하반기에 낮은 돼지가격에 생산성까지 낮아질 경우 해당 양돈장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여 어려운 양돈현실 극복을 위해 양돈장 위생 수준을 더욱 높이고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가축 사육 환경이 열악하면 가축이 더 많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질병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그동안 자신의 양돈장인 애농원의 돈사를 현대화 시설로 개축했다. 또 ICT 기기인 자동출하선별기도 설치했다. 지난해 말에 설치한 후 관리 노하우를 쌓고 있다. “양돈장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ICT 기기를 들여놓았지만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갑작스런 고장 문제는 아직 없다. 다만 기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올 여름 더위에 돼지들의 성장이 정체되어 출하가 늦어지면서 정상적인 기기 운영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런 애로사항은 설치 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내년에는 여름 전에 입식 두수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설치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다.
“활용 방법 등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성공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기기 설치 후 안정화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 등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운영상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일찍부터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아 1995년부터 전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하고 있다. 또 1998년에는 인근 비육장을 매입해 모돈과 자돈농장과 비육장 등에 2사이트(site) 시스템을 적용해 질병 근절과 생산성 향상에도 한 발 앞서 있다.
최근에는 가축분뇨 처리 시설도 바꿨다. 1일 30톤 방류 가능한 시설이다. 시설을 갖추는데 1년 6개월여 시간이 소요됐고, 지난 3개월은 시험 운영 중으로 안정화 기간이다.
“혹 지역에서 FMD 발생으로 이동제한이 되면 가축분뇨 처리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 시설을 설치하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후계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실시하는 다양한 정부 지원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리 양돈산업은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 전국에 양돈 마이스터 대학과 강의가 많은데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한다. 3년 단위로 맞춤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과목별 전문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모돈관리, 자돈관리 등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후계 인력들이 타 양돈장에서 6개월~1년 이상 연수 받으면 해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2년 동안 2개 농장 정도에서 기본으로 연수 받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사람을 다루고 어울리는 기술을 배워 상생하는 농장주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면 MSY 30두 농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은 서울대 수의대 동창회장 자격으로 지난 2일에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장학재단(이사장 이각모)이 실시한 2015년도 2학기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또 젊은 동문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동창회 내 소그룹을 만들 계획이다. 큰 나이 차이로 모임에 참여하길 꺼려하는 이들을 위해 또래 모임을 조직해 활성화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의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국내 축산·수의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고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라 희망한다. “국내 양돈산업은 축산업계 전체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양돈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나서서 질병 관리와 후계인력 양성을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재차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