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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환칼럼]돼지 키우는 이유는?
양돈업 ‘본질’과 맥 닿아
이왕 하려면 적극적으로
본질(本質)이란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떤 것이 지니고 있는)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성질이나 요소라고 풀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학생의 경우, 오늘날 학생들의 권리가 1960~70년대에 비해 아무리 강해졌다 하더라도 ‘열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학교의 본질은 ‘가르치고 배우고 시험치는 곳’이다. 군대 역시 기수별 빳다가 없어졌고, 군기가 완화됐다 하더라도 고된 훈련과 교육은 변하지 않은 군대의 본질이다.
이런 관점에서 양돈업의 본질은 무엇인지,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의 왈 “국민에게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공급하는 생명산업”이라고 말했다. 너무 포괄적인 대답 아니냐라는 지적에 “농가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돈업 본질을 놓고 이러저런 이야기 끝에 나오는 결론이, “양돈을 하는 이유는 뭐냐”로 귀착됐다.
그렇다. 농가들이 돼지를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학적이고 거창한 철학적인 대답보다는 현실적 입장에서 찾아봤다. 결론적으로 ‘돈 많이 벌어 잘살기 위해서’다.(물론 농가마다 다를 수 있다) 양돈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돼지를 잘 키워 생산비 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돈 가격이 좋을 때보다 나쁠 때 생산비 이상을 수취해야 진정으로 ‘돈 번다’고 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양돈에서 돈 버는 시기는 연중 5~7월이다. 상황에 따라 4월, 8월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5~6개월이 좋고 나머지는 본전이나 밑질 수도 있다. 따라서 5~7월 돼지 출하를 많이 늘려야 하는데 그게 여간 힘들지 않는다. 일을 위한, 일에 대한 시간과 노력, 프로정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힘든다는 것을 극복할 수 없다.
그 ‘힘든’ 시기가 지금이다. 임신돈이나 분만돈, 모돈, 후보돈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정말 잘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임신돈 등 모돈사를 들어가보자. 여름 초입부터 모돈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어 숨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은 1~4월 날씨를 흐름을 봤을 때 올 여름이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무더운 여름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다면 수태율이 극도로 떨어져 끔직한, 최악의 여름이 될지 모른다. 농가들의 철저한 사양관리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전문가들은 비타민 등 영양소 공급을 강화하고, 얼음으로 식혀주고, 신선한 물 공급과 관장(灌腸)해주고, 환기…등 수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꼭 지켰으면 한다.
‘돈 벌기 위해’라는 양돈업 본질이외 또 다른 본질이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본질이다. 사는데 있어 짊이다. 그 짊은 피할 수 없다. 숙명이다. 이왕 받아들일 것이라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면 한다. 양돈도 마찬가지다. 혹서기 농가들의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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