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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현장]PED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해야
이승윤 박사 / 한별팜텍 대표
작년 11월부터 유행성 설사병 발생소식이 들리더니 최근에는 충남과 경기도에도 발생소식이 들리고 있다. 발생이 많고 적음은 있지만 매년 겨울이면 유행성설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행성설사는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새끼돼지는 100%에 가까운 폐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질병이다. 구제역보다 무서운 것은 백신접종으로도 임상증상을 막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은 작년 봄에 유행성설사가 발생하여 많은 자료를 만들었다. 임상수의사와 대학 등에서 많은 연구와 조사사업이 이뤄졌다. 우리와는 다르게 법정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정전염병은 신고의 의무만 주어질 뿐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법정전염병이면 국가에서 주도하는 질병피해를 막을 수 있는 연구와 조사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예산이 있으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곳에 투입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런 분야를 예로 들면 유행성설사가 농장 간 지역 간에 어떻게 전파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전파되는 경로를 방지할 수 있는 실행가능 한 방안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이번 겨울에 유행성설사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양돈인의 모임을 자제하는 것은 과연 유효한 방법인가? 의문이 들었다. 유행성설사는 △감염된 돼지(후보돈, 자돈 등) △분변(돈분차 등) △분변에 오염된 매개물(차량, 기구, 야생동물, 관리자 등)에 의해 전파된다.
양돈인 모임을 통해 전파되려면 발생농장 돈분에 오염된 양돈인과의 접촉과 접촉을 통해 획득한 바이러스를 내 농장의 돼지의 입에 넣어야 발생한다. 따라서 모임자체를 막는 것보다는 모임에 부득이 참석할 때 발생 농장주는 목욕하고 옷과 신발을 갈아 신고 참석하라고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질병관련 연구예산이 백신을 만들고 진단키트를 만드는 곳에 주로 쓰였다면 이제는 병원체가 어떻게 지역 내에 또는 지역 간에 돌아다니는 지 확인하는 곳에도 예산이 쓰여야 한다. 병원체의 전파경로를 파악해서 차단하는 실행가능 한(크게 불편하지 않은) 방법을 적용하면 질병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 도축장과 돼지 운반차량에 유행성설사 바이러스를 포함한 돼지병원체들이 어떤 것들이 얼마나 어느 시기에 오염되었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실행됐으면 좋겠다. 번식장과 비육장이 다른 경우 어떻게 돼지가 어느 동네에서 어느 동네로 이동되는지 확인하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종돈장의 경우도 어디어디로 분양되었는지 확인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남 사천에서 야외 돈열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농장에서 백신접종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들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어디서 돈열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김포상원축산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이제는 역사에서 사라진 김포상원축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오히려, 과거에 발생했던 돈열이 과연 김포상원축산 때문이었는지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
농장의 차단방역은 지혜롭게 해야 한다.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나열하고, 중요한 순서대로 대비책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프랑스 역학자인 라포티어 박사는 돼지질병은 감염된 돼지가 56%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뒤를 이어 정액을 통해 20%, 차량 물품 옷 등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21% 정도가 전파된다고 했다. 3%는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유입되었다. 깨끗한 돼지(웅돈, 후보돈, 순종돈, 자돈 등)만을 들여오고. 깨끗한 정액을 사용하면 농장 질병유입을 76%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76%를 차단하였다면 이후에 나머지 21%의 기계적 전파를 차단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나라의 차단방역도 마찬가지이다.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이 어느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지, 그 나라들 중에서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비교적 큰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 교역대상 축산물, 가공되지 않은 채소류, 생축, 인적교류 등 가축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비교적 큰 품목은 어느 것이 있는지? 이를 위험도 평가라고 한다. 가능성을 평가해서 중요도에 따라 차단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순서대로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는 과연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투자가 필요한지 농장단계에서나 나라단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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